문화로 다가선 ‘견성체험적’ 불교

1998년 천안의 신시가지로 개발 중인 쌍용동. 사방을 둘러봐도 붉은 벌판뿐인데 이미 수백 개의 교회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보니 절이라고는 한군데 뿐이었다. 그 때 내 마음 속에 자리잡은 불교의 외로운 이미지가 지금의 한암사, 즉 어린이 전문 포교당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렵게 한암사를 만들고 일요가족법회, <금강경> 사경법회, 어린이법회, 노인잔치, 연극공연 등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되었다. 그러나 모든 방법은 시작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갔고 방법은 없었다. 내가 원하는 불교는 청소년과 늘 함께하는 포교였다. 상업적 불교포교 보다는 견성실험적 미래불교를 하고 싶었다. 교리는 4제 8정도와 <육조단경> 대혜종고의 <서장> 등에 담긴 간화선으로 하고 ‘자등명 법등명’을 기본으로 삼아 염불선과 그 외의 교리는 참고적 가치로만 두고 싶었다. 그래서 세상에 알리는 홍보성 대법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연극이나 공연문화는 불교적 문화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지금의 한암예술단 단장인 혜공 차경희씨가 한암예술단을 맡아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2005년 2월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내가 희곡 ‘굴러라 굴러’를 썼고 임태성 음악 감독이 작곡을 했다. 2006년 공연작품 ‘바다로 가자’를 하면서 아이들에게서 여러 방면의 천재성이 발견되었다. 소리가 좋은 아이는 판소리와 성악을 시켰다. 그러던 중 너무나 좋은 소식이 있었다. 몇몇 아이가 재주가 있다는 것이었다. 미래의 국창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 영어를 대입반 수준으로 하는 아이, 춤을 추면 신들린 듯 춤을 췄고 손끝에 감동을 주는 아이, 연기를 하면 관객으로 하여금 기어코 울리고야 마는 아이 등 참으로 대단했다.

교리보다 공연.가족법회 주력

아이들 불심만큼 가정도 화목

 올해는 작품 ‘백설공주’를 불교적 이미지를 깊게 붙여 예술적 감동이 견성체험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다. 아마 2008년 봄쯤이면 공연이 가능할 것이다. 우연히 아이들 연극으로 시작한 성공은 오히려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고 있었다. 연기를 잘하려면 수행을 열심히 해야 하고 수행을 잘하면 마음이 맑아져서 공부도 잘한다는 공식을 아이들이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종교를 불교로 바꿨고 그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올해부터는 1000배 수행하는 신도들과 아이들이 엄청 늘었다. 예전엔 아이들에게 1000배를 권해서 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하고 더 나아가 3000배로 늘려간다는 것이다. 이젠 아이들이 화두를 들고 참선을 한다. 부모들이 철야 용맹정진을 하면 아이들도 동참해서 화두를 챙기고 수행하는 것이다. 집에서 학교 공부하는 틈틈이 화두를 챙겨서는 가족들과 의견을 나눈다. 한암사는 어쩔 수 없이 발우공양을 해야 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획을 짜야만 한다. 동안거부터는 발우공양 법회와 어린이 용맹정진 법회를 기획한다. 더욱 커진 우리의 아이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불교신문 2375호/ 11월10일자]

2007-11-07 오후 1:25:13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