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의 여인에게서 깨달음 얻다

번뇌 떨쳐낸 우바이 보며 자성

도심 포교당 설립 계기 되어줘

“아아! 그때 그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암사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느냐.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가 아니더냐. 이렇게 시작된 물음은 서울 한신대 뒤 기숙사를 얻어 학생들뿐인 이곳에서 두문불출했다. 오르지 왜 내가 이 세상에서 존재해야 하느냐는 존재의 물음뿐이었다. 그 때 나는 마지막으로 고향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를 불도로 인도하고 그 다음엔 장작위에 불을 붙여 부처님께 소신공양을 올리자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천안 광덕산 아래에 토굴을 만들고 부모를 모셨다. 아버지는 술주정꾼이요 어머니는 인생 한탄자 였다. 말다툼을 하는데 하루 수백 번이 넘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후배 부인이 여성분을 데리고 왔다. 행색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는데 보험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스님, 어떻게 사나요”라고 물었다. 결혼을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돈을 한 번도 벌어 온 적이 없었단다. 7년이 지난 지금엔 바람을 피워 아이까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혼 하세요” 했다. 그 말을 들은 그 분은 조용히 일어나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다음 날 새벽 예불을 끝내고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웬 여성이 쑥 하니 법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낮에 돌아간 그 사람이었다. 대뜸 염주를 들더니 백팔배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멋쩍어 법당에서 나오고야 말았다. 산을 오르려는데 법당에서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린다. 뒤돌아 가 보니 절을 하면서 울고 있었다. 내가 달랠 틈도 없었다. 오들오들 떨면서 우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는데 난 연꽃이 떠오른다. 그 후 일년 쯤 지나 친구가 식사대접을 한다고 해서 시내에 있는 식당엘 갔다. 문 앞에 들어서려는데 낮 익은 얼굴이 저 넘어 식탁에서 눈인사를 한다. 그가 누군지 처음엔 전혀 몰랐다. 자리에 앉아 누구인가 잠시 생각을 하려는데 가슴에 번개가 내려 친 듯 번쩍 하는 게 아닌가. 백팔배 하며 통곡하던 그 여자였다. 남편과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손에는 돌이 될까말까 한 아이가 들려있었다. 아하! 그 백팔배가 사람을 살렸구나…. 과연 내가 중인가… 저 여인은 백팔배 한 번하고 네 사람을 살렸는데…. 나는 너무 부끄러워 소변보러 가는 척하며 식당에서 나왔다. 거리의 불빛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고민은 시중에 도심 포교당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저들과 좀 더 가까운데 절을 만들면 저들은 와서 백팔배를 할 것이고, 한 명이 한 명을 만들어 만 명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희망은 나로 하여금 돈 한 푼도 없이 적수공권으로 한암사를 만들게 했다. 그 때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백팔배만 떠들었다.

‘사나이가 장삼을 들쳐 입고 돌아서려니 옷이 히말라야 고봉에 걸려 기우뚱한다. 몸은 넘어져 고개를 받혀보니 수미산 꼭대기. 목이 아파 신음 올리니 콧김에 4해 바다가 뒤집혀 날아간다. 어허 좌우를 돌아보니 요가 다 수미산들이로구나. 에이 이놈에 수미산.’ 가자. 어서 갑시다. 그 날, 모두가 성불하는 날까지.

[불교신문 2383호/ 12월8일자]

2007-12-06 오후 12:17:24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