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초등학교 가는 길

추억의 초등학교 가는 길
                                                원  철

  오늘은 추억이 가득 담긴 초등학교에 갔다. 
  교문은 그대로인데 그 때의 나무들이 없었다.
  졸업식 날 나에겐 아무도 안 왔었다.
  양 부모가 있건만 고아들과 똑같이 혼자서 졸업장을 받았다.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자장면 먹으러 가는 사람들이 부러워 나무에 기대 소리 없이 울었다.
  그냥 올 수가 없어서 나무에다 면도칼로 깊게 내 이름을 새겨 넣었다.
  교문 앞으로 냇물이 흘렀는데 이를 메우면서 운동장이 넓어지자 여러모로 걸리는 나무를 베어버렸나 보다.
  그 당시의 나무는 한 그루가 남았는데 그 굵기가 엄청나져 있었다.
  판자로 이은 건물은 하나도 없고 붉은 벽돌이나 콘크리이트로 다시 지었다.
  땅을 파면 튀어나왔던 개구리 밭도 없어졌고 몰래 도망 다니던 뒷문도 사라졌다.
  그래도 반기는 것은 미끄럼틀과 남쪽의 담장이다.
  태양이 서산에 걸리면서 운동장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미끄럼틀에서 고목을 바라보다보다 시간을 잊어버렸다.
  포프라 나무는 그 자리에 나란히 서지면서 원상을 회복하고 바람결에 춤을 춘다.
  판자로 덧붙여 지은 검은색 교실들이 들어나고 운동장에서 운동회가 한창이다.
  나는 울고 있다.
  우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보는 것이다.
  6 년 동안 한 번도 온 일이 없는 부모들, 소풍은 한 번도 못 갔다.
  선생님에게 칭찬한 번 들은 일이 없었다.
  “꿈이구나.” 미끄럼틀에서 잠시 꿈을 꾼 것일까?
  꿈이 아니다. 배고프다. 어디 가서 밥을 먹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
  저기 아이들은 부모에 둘러싸여 응석을 부린다.
  가슴이 너무 저리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다시 한 조각 뜨거운 기운이 깊은 뱃속에서 피어오른다.
  나는 살아야한다고 외친다.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스님 안녕하세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아름답다.
  나는 새가 되어 힘차게 날아간다.
  내 마음은 아이들을 모두 안고 뽀뽀하는 어머니가 되었다.
  미끄럼틀 주위에는 횐 연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연꽃의 잎에는 내가 소풍가는 밝은 얼굴이 묘사되어 있다.
  옆의 연꽃마다 그림이 돌아간다.
  내 졸업식에 부모형제가 와서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 자장면을 먹는 장면...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밝은 얼굴이 내 눈길을 끈다.
  연꽃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아버지를 부른다.
  날마다 술만 먹는 아버지였다.
  미끄럼틀에는 진한 어둠이 밀려와 있다.
  내 얼굴은 이미 눈물로 흠뻑 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