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사형수
                                                  원    철

「날개도 없이 산과 들을 훨훨 날았다고 했네
어느 날인가는 사랑한다 잠꼬대하더구먼
불켜지마 제발제발하고 소리치기도 했지」
「그는 말이 없었습니다
간혹 그의 눈에선 번개불같은 정광이 번쩍이기도 했죠
무릎에 턱을 괴고 앉아 한없이 벽만 바라봤습니다
그런 모습의 그는 드넓은 광야의 지평선 이었습니다
거대한 바위였죠 아니 용광로 였습니다」

「1945 년에 코리아는 해방을 했죠
수만 명의 독립투사가 죽었고
죄없는 만주의 유랑민들이 불에타서
칼로 총으로 짖이겨 진 채 죽어 갔습니다
그들은 일본제국군대의 장난감에 불과 했죠
어린이도 어른도 나이많은 노인들도 만세를 불렀습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삼천리 강토는 피밭이 됐습니다」

“누가 네게 만세를 부르라고 시키든가”
“아무도 나를 시킨 사람이 없소”
“아무도 시킨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만세를 부를 줄 아느냐”
“당신은 닭을 본 일이 없소? 닭이 새벽마다 우는 것도
누가 시켜서 운단 말이오? 우리나라가 독립할 서광이 비치므로
나는 자연히 만세를 부르게 된 것이오” 
“이놈들! 이 무자비한 놈들아! 비록 내 가슴을 총탄으로
구멍낸다 해도 이천만 동포의 가슴을 모조리 뚫지는 못한다”
“계집에가 뭘 안다고 만세를 부르는가? 네가 도데체
언제부터 독립을 생각 했느냐?”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독립을 생각지 않은 때가 없었소”
“너는 어째서 사내 놈들과 같이 독립운동을 했느냐”
“세상만사의 성공은 다 남녀가 함께 이룸으로써 이루워지는 것이며
좋은 가정은 부부가 협력 해야만 되는 것이므로
좋은 국가도 역시 남녀가 협력해야 되는 것이 아니겠소?”
“너는 어째서 독립이 필요한 줄 아느냐”
“나는 한국인 인지라 자연적으로 독립을 바라는 것이요”
“너는 일한합병과 일본 정책을 어떻게 생각 하느냐?”
“한국은 결코 일본에게 합병된 것이 아니며
당신들이 한국을 통치하는 것은 마치 독일이 점령지를
대하는 것과 같고 전혀 정의도 없고 인도도 없소”
“네가 독립만세를 부르는 근본 목적이 무었이냐?”
“세가지 이유가 있소. 첫째 한국인의 행복을 도모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일본의 행복을 도모하자는 것이고
셋째는 세계평화를 도모하자는 것이요.”
“어머니 그이가 살아 계셨으면 의당 독립운동에 참가 하셨을 것입니다.
그이가 저 세상으로 가셨으므로 저는 그이를 대신해서
독립만세를 부른 것이오니 이까짓 일본놈들의 모진 고문 쯤에
너무 상심 마소서”
「열한 살 짜리 어린 여학생에게 일본 경찰이 물었다.」 
“ 너는 어째서 기를 들고 기뻐하느냐”
“나는 잃었던 것을 다시 찾아서 기쁨니다”
“무었을 잃었단 말이냐?”
“우리 대한 조국인 삼천리 강토를 잃었습니다”
“너같이 어린 계집애가 뭣을 안단 말이냐?”
“일전에 우리 어머니는 바늘 한 개를 잃으시고 하루종일 찾으시다
저녁 때 방바닥에서 바늘을 찾아 내시고 무척 기뻐하셨는데
하물며 삼천리 강토를 다시 찾았는데 어째서 기쁘지 않겠습니까?”
“ 우리는 쉴 수 없습니다. 그칠 수도 없습니다.
어떠한 회생을 강요당하더라도 계속 투쟁을 전개 해야 하겠습니다.
사흘 전에 용정에서 일본 경찰이 수십 명의 군중을 죽인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본국에선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 아십니까?
일본군대와 경찰이 군중을 향해 마구 쏘아 한쪽에서 피투성이가
되서 쓰러지면서도 계속 독립만세를 외치고 있습니다.
아―정말로 눈물 없이는 본국의 소식을 전할 수가 없습니다.
독립만세운동으로 죽어간 백성이 삼 만 명이 넘고
부상자는 수십 만 명도 넘는답니다.”

키가 매우 크고 몸이 다부졌던 그는 무표정으로 사형대에
앉더니 덩컹 소리 후 갔습니다
저 광야에서 그의 음성이 들립니다
휘오리바람 소리입니다  우박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천둥번개입니다  하나님입니다 아니 부처님입니다
관념을 버리소서 조선청년의 휘파람소리입니다
나는나는 신입니다 그가 나의 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