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이발소
                                                                                    원  철
 

다리를 건너 창문이 두 개 달린 이발소에 간다 아저씨는 마른 몸에 횐 가운을 입고 어서와 하고 반갑게 맞아준다 지금 그는 양복 입은 곱슬머리 신사의 얼굴에 비누거품을 잖득 묻혀 놓고 면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반갑게 맞는 것은 어린 내가 한 번도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자기를 찾아준 고마움 때문이리라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혼자 있기가 쑥스럽다 거울을 본다 내가 거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거울이 나를 보고 있다 주먹을 쥔다 거울을 때린다 액자를 본다 횐눈이 덮인 산에 맑은 호수가 있고 그 옆에 아름다운 서양집이 있는 풍경이다 괜스레 나는 그곳으로 빨려들어 간다 손을 비비다 꾸벅꾸벅 잠든 척을 한다 어른들이 낯뜨거운말을 하기 때문이다 장터 건너 사는 상호라는 건달이 감옥 살고 나왔는데 하도 자주 감옥살이를 하다 보니 누구하나 마중하는 사람이 없더라나 터벅터벅 걸어 고향에 와서 선술집에 앉아 두부안주에 막걸리 한 되 시켜놓고 주전자 채 마시고 있었는데 뒷머리가 뜨겁더라나 선술집 딸이 한 잔 한 잔 따라 주고 가더라나 한참을 지나 말은 이어지고 그날 밤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다나 그녀는 사나이의 외로움이 가슴을 적시더라나 그런데 그 아가씨의 허벅지에 난 털이 왜그리 긴지 밤새도록 숫자 세며 놀았다나 새근새근 잠든 얼굴이 천사 더라나 나는 털이라는 말에 더욱 깊이 잠들었고 이발소아저씨는 강제로 했기에 무슨 일이 날거라 주장했고 곱슬머리 신사는 낭만이라나 어쨌다나 하면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자고 하면서 허튼 웃음을 껄껄 웃는다 내 귀를 잡는 손이 나를 끌어다 의자에 앉힌다 곱슬머리신사는 나가고 옆집아저씨가 왔는데 상호 그놈이 또 감옥살이 갔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남의 남편을 무조건 팼다며 이번엔 오래 살 거라고 한다 나는 빨리 잠들어야 한다 상호가 처음으로 사랑을 늦긴 여자인데 그 여자 남편이 툭하면 때린다고 복수를 했다는 거다 지금까지 남일에 열내다 감옥소 단골이 됐는데 나이가 사십이 넘었으면 생각을 달리해야 되지 않느냐 떠든다 이발소아저씨는 묵묵히 머리만 깍고 대답이 없다 두 양반은 담배를 입에 물고 휴우하고 허공에 품는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돌부리에 넘어졌다 터럭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상호아저씨의 주먹이 아른히 떠오른다 지금쯤 할아버지가 되었을 그 얼굴